오랜만에 기분도 낼 겸 새로 생긴 커피 매장에 들렀는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거의 만 원에 육박하더라고요. 물론 매장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브랜드 이름도 들어본 적 있는 곳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게 정말 그 정도 값어치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렇게 비싼 걸까?
그리고 이런 가격인데도 사람들은 계속 찾는 걸까?
조금 더 찾아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매장들이 한국에서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위기 좋은 매장이긴 했지만, 손님은 드문드문.
게다가 폐점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잔의 커피를 계기로 시작된 궁금증을 바탕으로,
왜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해외 브랜드, 왜 자꾸 한국에 들어올까?
한국은 이제 커피 소비 강국입니다. 하루에 커피를 한 잔 이상 마시는 인구가 많고, 그만큼 카페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미 포화된 이 시장에 여전히 블루보틀, 팀홀튼, 바샤 커피, 인텔리젠시아 같은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계속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겉보기에는 "이 시장에 더 들어올 자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위상 변화입니다. 단순한 소비국을 넘어서, 이제는 아시아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이 테스트 마켓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한국이 1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K-콘텐츠, K-라이프스타일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되었고, 해외 커피 브랜드들도 한국에서의 반응을 보고 아시아 전체 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 소비자 만만치 않습니다
문제는, 한국 시장이 ‘쉬운 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동네 카페에서도 고급 원두, 고성능 머신을 쓰고 있으며 바리스타들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습니다. 그래서 외국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겠지”라는 기대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정도 맛이면 우리 동네에서도 마실 수 있는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은 해외보다 2배?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팀홀튼은 캐나다에서는 저가형 카페 브랜드입니다. 이디야나 메가커피처럼 접근성 높은 체인점이죠. 그런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격대가 확 올라가,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포지셔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팀홀튼뿐만 아니라 바샤커피, 블루보틀 등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선 3~4천원 하던 아메리카노가 7~8천원 혹은 만 원 가까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괜찮은 개인 카페 가서 디저트까지 즐기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더 이상 '이름값'만으로는 어렵다
예전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네임만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바로 ‘퍼센트 아라비카’입니다. 일본에서는 인기가 높았지만, 한국에서는 반짝 관심만 받고 이후 매장이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국내 시장은 저가, 중가, 프리미엄, 감성 카페 등 각 세그먼트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틈새를 파고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보다 중요한 '경험과 이유'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커피만 마시러 카페에 가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공간의 경험, 서비스, 분위기, 그리고 가격 대비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외국에서 유명하다’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한국 소비자의 수준과 기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시장은 브랜드 파워, 가격, 품질, 경험 모든 면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단순한 이름값만 믿고 진출했다간,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해외보다 비싼 커피'가 당연시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외국 브랜드가 진짜 성공하고 싶다면, 단순히 해외에서의 명성이 아닌, 한국에서 ‘선택받을 이유’를 먼저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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